조선 건국 초기 제4대 세종성왕(世宗聖王)의 선정으로 나라의 기틀이 튼튼해진 황금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한편, 훈민정음 연구 및 보급에 공을 세운 30대 젊은 관료 충신 성삼문은,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을 밀어내며 왕위를 찬탈하는 불의를 보고, 죽음을 각오하며 단종의 복위를 진두지휘하다 무참하게 처형된 사육신의 대표자이다.
그의 절명시조 ‘절의가’는 불의한 정치 상황을 향한 자신의 충절과 불굴의 의지와 절개를 시조를 통해 포효하는 눈물겨운 작품으로 자수 및 음수규칙을 완벽하게 지킨 정격시조이다.
초장{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에서 태장 맞고 주리트는 고문과 달군 인두로 살갗 태움을 당하면서도 죽음 너머에 더 좋은 삶이 있음을 확신 장담하고, 중장{봉래산(蓬萊山) 제일봉(第一峯)에/ 낙락장송(落落長松) 되었다가,}에서는 속세를 내려보는 신선산 산꼭대기에 선 늘 푸른 큰 소나무가 되겠다며, 정의와 평화가 보장된 새 나라에서 불변 장생의 삶을 택한다는 결의를 비춘다.
종장{백설(白雪)이 만건곤(滿乾坤)할 제/ 독야청청(獨也靑靑) 하리라!}에서 초목(백성들)이 숨죽이는 혹독한 겨울(수양대군의 계유정란)에 흰 눈(정권 잡은 무리)으로 세상을 덮어 감추려 할 때, 자신은 천상에서 늘 푸른 큰 소나무 되어 불로장생하겠다고 외친다.
정의와 진실이 불의와 거짓에 눌리거나 가려지면, 그 사회나 국가는 생명력을 잃어 패망하거나 쇠퇴하게 될 뿐이다. 위대한 교훈을 후세인에게 유산으로 물려준 매죽헌 성삼문의 시조에서 시대를 넘나들며 자기반성의 자문자답 교훈자료로 활용했으면 좋겠다.
작가는 태어날 때 하늘에서 “낳았느냐? 낳았느냐? 낳았느냐? ”라고 3번 물어 삼문(三問)이라고 불렸단다. 지금 우리도 “내 하는 이 일은 정의로운가?” 세 번 묻고 답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