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대국민 기자회견은 연이은 인사 참사와 민생 경제 악화, 지지율 폭락이라는 벼랑 끝에서 치러졌다. 그러나 국민이 기다린 해법도, 진정성도 없었다. 국민 전체를 향한 국정 비전 대신 흔들리는 여권과 이탈하는 지지층을 붙잡기 위한 집안 단속용 호소만 남았다.
답변 태도는 더 실망스러웠다. 날카로운 질문 앞에서 대통령은 경기지사 시절 위기 때마다 되풀이하던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는 식의 말 돌리기로 일관했다. 중도층은 물론 지지층에서조차 리더십의 무게가 무너졌다는 반응이 나온 이유다.
대통령은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지만, 본인과 측근의 사건을 ‘조작 기소’로 규정하며 특검을 통한 진상 규명을 거듭 요구했다. 공소취소 조항 삭제를 요청하면서도 끝내 “재판을 받겠다”는 한마디는 하지 않았다. 사소한 생계형 범죄에도 가차 없이 법의 심판을 받는 국민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반려와 재제청을 요구한 것 또한 헌정사에 유례없는 일로,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흔든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사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편향된 법관이 많은 것인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 잇따른다.
그 단적인 예가 95세 신천지예수교회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병보석 불허다. 척추 압박 골절로 정상적인 수감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인데도 사법부는 보석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고령과 중병은 우리 법이 보석과 구속집행정지로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유다. 도주도 증거 인멸도 불가능한 아흔다섯 노인을 부러진 척추로 구치소에 붙잡아 두는 것은 법의 집행이 아니라 법의 이름을 빌린 가혹 행위다.
두 장면을 나란히 놓아 보라. 최고 권력자는 자신의 사건을 ‘조작 기소’라 부르며 재판을 피할 길을 찾고, 거동조차 힘든 95세 노인은 최소한의 인도적 조치마저 거부당한 채 수감돼 있다. 권력자에게는 관대하고 힘없는 이에게는 가혹한 법.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법부가 공정성을 증명하려면 이 노인의 병보석부터 허가해야 한다.
국민이 입법·사법·행정의 지도층에 바라는 것은 화려한 언변이나 정치적 셈법이 아니다. 책무를 공정하게 수행하고, 잘못을 겸허히 인정하고 바로잡는 공복(公僕)의 자세다. 위기일수록 필요한 것은 말을 돌리는 수사가 아니라 스스로 법과 절차 앞에 머리를 숙이는 책임 정치다. 그리고 그 법은 권력자에게나 95세 병든 노인에게나 똑같은 무게로 적용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