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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컬럼

[사설/컬럼] ‘시조’의 맥을 잇다 [11]

박상보 | 2026-09-20 17:00:57

 

 

 

시조의 맥을 잇다 [11]

 

간밤에 부던 바람

벽량(碧梁) 유응부(兪應孚, ?~1456) -

 

간밤에 부던 바람/ 눈서리 치단 말가?

낙락(落落)- 장송(長松)들이/ 다 기울어 지단 말가.

하물며 못다핀 꽃이야/ 일러 무삼 하리요!

 

명나라 사신 환영연회장에서 세조의 목을 치겠다고 주장한 사육신 중 연장자 유응부는, 기골이 장대하며 무술과 학문을 겸비한 청렴결백한 재상.

세조의 친국(親鞫/ 임금이 죄인을 직접 심문)에서 세조가 너는 무엇을 맡아 하려 했느냐?” 대답하되 한칼로 자네를 죽이고 본 임금을 복위시키려 했네!” 답하자, 잔인하게 살가죽을 벗기고 있는데, 함께 고문당하는 성삼문을 보고 하는 말 맘 약한 선비들과는 큰일을 도모하지 말라 했거늘 그 말이 옳구나. 그때 연회에서 칼을 뽑았어야 했는데 말리더니, 결국 이 모양이 되지 않았는가?” 이어서 세조에게 자네가 더 물어볼 말이 있거든 저 쓸모없는 못난 학자들에게 물어보게!” 세조는 화를 참지 못해 달군 쇠꼬챙이로 배 밑을 지지게 했다. “쇠꼬챙이가 식었으니 더 달구어 오너라!”며 유응부는 형리에게 호령한다!

 

위 시조는 포악한 권력욕에 취한 세조를 겨냥한 자연물 빙자의 은유법으로,

초장(간밤에 부던 바람/ 눈서리 치단 말가?)

세조의 온갖 권력욕 만행에/ 온 나라가 얼어붙었냐?” (지난날)

중장{낙락(落落)- 장송(長松)들이/ 다 기울어 지단 말가.}

황보인 감종서 등 충신 지사들이/ 다 죽어가는구나.” (오늘날)

종장{하물며 못다핀 꽃이야/ 일러 무삼 하리요!}

닥쳐올 새세대 살상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 없겠구나!” (앞날)

 

500년 조선 역사상 한 불량배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70여 명의 아까운 인재들의 목숨과 온 백성의 고통을 몰아온 아픔을, 역사에서 꼭 배워야겠다!

 

 

시조시인 알밤 황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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